봉인을 풀며
인도양 자바 해구, 수심 약 7,000m. 바닥에 내려놓은 카메라 앞으로 반투명한 몸의 문어 한 마리가 떠오릅니다. 머리 양쪽의 귀 같은 지느러미가 천천히 펄럭입니다.
정체
덤보문어.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깊은 바다에 사는 '지느러미 문어' 무리로, 지금까지 17종이 알려져 있습니다. 보통 몸길이 20~30cm이고, 가장 큰 기록은 1.8m·5.9kg입니다. 귀처럼 생긴 큰 지느러미를 천천히 펄럭여 헤엄치며, 먹물주머니가 없어 먹물을 쏘지 못합니다. 날쌘 사냥꾼이 아니라 1~2mm 크기의 작은 갑각류 등을 먹습니다.
기록
오랫동안 문어·오징어 같은 두족류는 6,000m보다 깊은 바다에는 잘 살지 않는다고 여겨졌습니다. 사진으로 확인된 가장 깊은 두족류 기록은 5,145m였습니다. 그런데 2020년 앨런 제이미슨과 마이클 베키오네 연구팀이 인도양에서 바닥에 내려놓는 고화질 카메라로 덤보문어를 수심 5,760m와 6,957m에서 촬영했습니다. 두족류가 사는 깊이 기록이 한 번에 1,812m 늘었고, 연구팀은 이로써 두족류가 살 수 있는 바다 밑바닥이 전 세계 해저의 75%에서 99%로 넓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. 사진은 NOAA 탐사선 오케아노스 익스플로러가 찍은 덤보문어입니다.
저는 이렇게 귀엽게 생긴 문어가 지구 바다 밑바닥의 99%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습니다.큐레이터 암모나이트의 노트
출처
- Natural History Museum (London) — What is a dumbo octopus?
- Jamieson & Vecchione (2020) First in situ observation of Cephalopoda at hadal depths (Octopoda: Opisthoteuthidae: Grimpoteuthis sp.) — Marine Biology 167:82
- 사진: NOAA Okeanos Explorer / Wikimedia Commons (Public domain) — 원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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